해군사관학교 제 55기 졸업 및 임관식 연설(21세기 대양해군으로 가는 길) | |||||
연설일자 | 2001.03.19 | 대통령 | 김대중 | 연설장소 | 국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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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 기념사 | 출처 |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4권 / 대통령비서실 원문보기 | ||
친애하는 해군사관학교 제55기 졸업생 여러분, 조성태 국방장관, 조영길 합참의장, 이수용 해군참모총장과 해군장병, 사관생도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학부모와 내빈 여러분! 오늘 4년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1세기 대양 해군의 주역으로 탄생한 여러분의 졸업과 임관을 충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충무공의 넋이 살아 숨쉬는 이 곳 옥포만에서 조국 해양 수호의 초석이 될 여러분의 늠름한 모습과 위풍당당한 함정들을 바라보니 참으로 마음 든든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을 이처럼 훌륭하고 영예로운 대한민국 해군장교로 길러낸 해군사관학교장 서영길 제독과 교수들, 그리고 훈육관을 비롯한 관계관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아울러 오늘의 자랑스러운 자식들을 낳고 길러준 학부모님들께 마음으로부터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친애하는 해군사관학교 제55기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20세기의 마지막에 생도시절을 보내고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대한민국 해군장교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여러분에게는 새로운 세기가 부여하는 역사적 과업이 주어져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매 시기마다 모든 국민, 모든 민족에게 특별한 소명을 부여해 왔습니다. 19세기말의 서구세력이 밀려올 그 무렵, 우리에게도 국민적 단합과 근대화라는 역사적 소명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시의 위정자들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철저한 내부 상쟁과 쇄국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땠습니까, 우리는 망국의 설움과 국토의 분단, 그리고 동족상잔의 전쟁에 이은 반세기 동안의 무장대립 등 백년에 걸친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를 또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 이 시기는 우리 민족이 과연 21세기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너무도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국가, 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지식정보강국, 남북이 협력하는 가운데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야 할 시대적 소명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의 시련 속에서도 지식정보화의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분야의 4대개혁을 추진한 것도 그러한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시키고 복지국가의 기반을 닦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철도 복원,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평화와 협력의 병행 실천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과 책무를 다함으로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영광된 내일을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21세기, 새로운 세기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절호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숱한 고난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대륙에서 바다로 나가는 다리로써, 바다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써 한반도는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 일, 중, 러의 4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에게 안보상의 부담도 주지만 경제상의 큰 기회도 줍니다. 우리와 인접해 있는 4대국은 우리에게 거대한 교역과 투자의 시장과 자원의 공급지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간선항로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세기는 지식정보화의 시대입니다.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시대에 앞서갈 수 있는 높은 교육열과 지적기반, 그리고 왕성한 문화창조력과 모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1세기는 우리 민족을 위한 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세계의 최선두에 있는 정보화 수준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지금 2천만명을 넘어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정보산업과 생명산업을 발전시키고 이를 전통산업과 접목시켜 삼위일체의 경제체제로 나아가면 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선진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졸업생과 사관생도, 그리고 해군장병 여러분! 이처럼 찬란하고 영광스런 우리의 미래도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전쟁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전쟁의 위협이 있는 곳에서는 경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한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한.미 연합 안보태세를 굳건히 유지해야 합니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나는 부시 대통령과 한.미간의 안보동맹과 협력관계를 더한층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은 우리가 이룩해온 남북관계 진전과 성과에 대해서 확고한 지지를 보내주었습니다. 동시에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명했습니다. 이제 착수단계에 있는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정립되면 북.미 관계에 있어서의 한.미간의 공조도 더욱 긴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믿습니다. 북.미 관계 해결없이 남북관계만의 발전은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개선없이 북.미 관계만 단독으로 좋아질 수 없습니다. 이 양자는 불가분리의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발전에 힘쓰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북.미 관계의 진전에 적극 협력해야 될 것입니다. 나아가 한.미.일 공조체제를 더한층 발전시켜나가면서 중국, 러시아와도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가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관계를 발전시키고 장차 있을 통일에 대비하는 국민적 지혜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도 착실히 진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올해는 냉전구조의 해체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남북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우리의 지원 속에 15개 EU국가 중에서 13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올해 들어 '신사고'를 주장하고, 중국 상하이에 가서 중국의 발전을 가르켜 "천지개벽하는 것 같다"고 하는 등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극도로 어려워진 북한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방만이 생존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관계와 북한의 변화가 결코 안보를 소홀히 하거나 긴장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튼튼한 안보가 있어야 남북관계를 자신있게 발전시키고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연평해전에서 승리함으로서 국민에게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줌은 물론 남북정상회담 실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시 한번 그 공을 높이 치하하며, 국민과 더불어 우리 해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우리 해군은 그 동안 대양 해군 건설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 올해부터 국산 구축함 시대가 열렸습니다. 해군이 열망하던 이지스급 함정의 건조사업이 착수되었습니다. 차기 잠수함 사업과 최신형 대잠 항공기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 해군은 오대양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세계 평화 수호에 일익을 담당할 전략 기동함대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 해군이 명실상부한 대양 해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졸업생과 사관생도, 그리고 해군장병 여러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우리의 바다는 국토 면적의 4.5배에 해당합니다. 서남해안의 대륙붕 면적만 해도 국토의 3.5배에 이릅니다. 그 곳에 무궁무진한 해양자원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무역의 대부분을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바다는 자연의 보고이자 세계와 만나는 큰 길입니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입니다. 세계 각국은 이미 해양 자원의 확보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간의 경쟁으로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 해역의 상황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바다를 지키는 해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바다는 제2의 국토입니다. 바다를 지켜야만 조국이 있습니다. 조국의 생존과 번영이 여러분의 어깨 위에 달려 있습니다. 이 얼마나 여러분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합니까, 졸업생 여러분! 우리에게는 자랑스런 해양의 영웅들이 있습니다. 장보고(장보고) 대사는 동아시아의 해상왕국을 건설했고, 이충무공은 위난에 처한 나라를 구했습니다. 민족의 융성과 국난 극복의 중심에는 여러분의 선배 해군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그 자랑스러운 후예입니다. 여러분의 피 속에도 그러한 해양 개척정신과 호국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충무공의 혼으로 우리의 바다를 지켜주기 바랍니다. 장보고 대사의 해양 개척의 정신으로 조국의 영광을 재현하여주기 바랍니다. 나도 그 길에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저 드넓은 희망의 바다로 힘차게 출발하는 신임장교 여러분의 장도에 무운과 영광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