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담은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하 전시관)이 개관했다. 이 전시관은 김해시가 건립을 담당했으며, 기존 추모의 집 자리에 연면적 3,780제곱미터 크기로, 지상 2층 규모로 자리잡았다. 국비, 지방비, 노무현재단의 예산을 포함해 통 178억 원이 소요되었고, 내부콘텐츠 설치를 위해서는 추가로 40억 원을 투자했다. 전시관 명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 브리핑에서 언급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담은 전시관을 살펴보고, 향후 대통령기록관과의 연결점 파악 등을 위해 지난 10월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관은 총 10개의 구역으로 구성된 상설전시관인 ‘노무현 기념관’과 주제별 기획 전시가 열리는 ‘기획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무현 기념관’은 인간 노무현의 출생부터 참여정부의 성과, 봉하마을 귀향 이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 전 과정을 순차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첫 번째 공간인 ‘재의 역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어난(1946년) 시기의 혼란한 시대상을 담고 있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보여준다. 단순히 노무현의 탄생부터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인간의 일생을 역사적 토대 위에서 살펴본다는 시각이 도드라져 보였다. 제2전시실(낮은 땅에서 올라오는 싹-성장), 제3 전시실(아스팔트 위의 불꽃-인권 변호사, 정치인)은 성장하여 법률가의 길에 들어서고, 인권 변호사,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87년 대우조선해양 파업 당시 ‘제3자 개입’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변호를 맡은 당시 문재인 변호사의 사건기록이 눈에 띈다. 이 기록물은 전시관 개관에 맞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시관 측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다음 전시실은 정치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만든 다양한 사람들과 주체들의 모습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제4전시실(육성의 방-노무현의 연설)은 정치인 노무현을 대표하는 12개의 연설을 육성 시청각기록물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제5전시실(보 노무현, 그리고 노사모-대통령 선거), 제6전시실(우람한 나무-당선)은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둗민들의 모습을 다양한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보여준다. 어두운 전시실의 육성연설이나 다양한 사진, 영상의 전시는 시청각기록 활용과 전시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보였다.
제7전시실(참여정부의 대한민국, 있었던 그대로-국정운영)에서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성과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다양한 간행물 등 기록물, 영상 등이 포함된 전시는 5년간의 대한민국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기록관리의 입장에서는 현재 정부 업무관리시스템의 모체인 참여정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의 의의와 원리를 알기 쉽게 정리한 전시가 반가웠다.
제8전시실(대통령의 귀향-봉하마을), 제9전시실(천둥 속에서-검찰수사), 제10전시실(너무 슬퍼하지 마라-서거)은 봉하마을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부터 이후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제10전시실에서는 관람객이 남긴 전자 편지 등을 전시의 한 요소로 택해 관람객이 마지막으로 전시와 소통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있다.
총 10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진 ‘노무현 기념관’ 둘러보고, 몇 가지 특징이 느껴졌다. 먼저, 다양한 기록물의 활용이다. 음성기록, 시청각기록, 기증받은 기록, 공공과 민간 기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기록물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둘째,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신의 전시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표현한 미디어 아트 등은 관람객이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지향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재임 시 생산된 다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기관으로, 대통령 관련 기념관, 전시관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전시에서도 대통령기록관리 협조한 사본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관 개관이 전직 대통령 기록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전직 대통령 문화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대통령기록관 소식지 온기는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시작으로 전직 대통령 관련 전시관, 기념관 등에 대한 전시 소개 등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