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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제24호

기록물 소개1 - 전시관 속 기록이야기 - 선물에 담긴 마음을 읽다. 학수천세

대통령이 국내외 인사들에게 받은 선물은 나름 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서예작품의 경우에는 그 문장 안에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받은 서예작품은 그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鶴壽千歲
爲 崔圭夏國務總理 己未春 方子

학처럼 천년을 장수하소서
최규하 국무총리를 위하여 기미년 봄에 방자 씀

학수천세, 학처럼 천년을 장수하라는 경하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학이 천년을 살 듯, 때 묻지 않은 고결의 자세로 장수를 비는 축언입니다. 학은 예부터 고고한 선비를 연상케 합니다. 눈처럼 흰 자태하며,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강변이나 푸른 소나무 위에 노니는 모습은 우리 선조들이 선망하던 선인의 모습입니다. 혼탁한 자연 속에서 순백의 기품을 지키는 선비의 모습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작품은 1979년 7월 16일 최규하 국무총리의 환갑을 기념해 영친왕의 왕비인 이방자 여사께서 선물하신 작품입니다. 이방자 여사가 남긴 작품이 많지 않은 점을 볼 때 희소가치도 있고 작품성도 있습니다.

이방자 여사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왕비입니다. 1920년 일본에서 왕자 이은(李垠)과 결혼식을 올리고, 1931년 아들 구(玖)를 낳습니다. 1945년 해방이후 일본에 거주하면서 재일한국인으로 살다가 1963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귀국해 창덕궁 낙선재에 거주합니다. 이 작품은 낙선재에 거처할 때 손수 써서 최규하 국무총리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방자 여사는 한국에서 지내면서 장애인들을 위해 사회봉사활동에 헌신하셨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언어장애인, 소아마비장애인, 지적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중 건강이 악화되어 1989년 4월 30일 창덕궁 낙선재에서 별세하셨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홍유릉 내에 영친왕과 합장하였으며, 1989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