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학예연구관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구관님께서는 현재 공개재분류라는 업무를 하고 계시지요?
오늘은 “공개재분류”업무에 대해 여러 독자님들께도 소개를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업무 이름부터 왠지 어렵고 낯설게 들리는데요…
업무명이 좀 어렵게 들리죠? ^^ (웃음)
어렵게 들리지만 업무명에 저희가 하는 일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비공개된 기록물을) 공개로 다시 분류한다’라는 뜻이지요.
청와대와 같은 대통령기록 생산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한동안은 외부에 공개되면 안된다고 판단하여 ‘비공개’로 관리하던 문서들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경우, 대통령기록관에서는 이 문서들의 내용을 다시 검토해서 공개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에는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했을 경우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과 법률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 등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분류를 합니다.
비공개 대통령기록물 개별 건 별로 내용을 분석하고 공개할지 여부에 대한 1차 검토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사사례, 판례, 언론보도자료 등을 찾아서 참고하고, 공개세부기준의 적절성을 따져 보완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1차 검토가 마무리되면 관계기관과의 협의 단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장, 외교, 국방관련 분야 및 개인정보에 대한 공개여부 적절성을 심도 깊게 논의하게 됩니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면 최종적으로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심의를 받은 후 공개여부가 결정됩니다. 재분류 담당자들은 전문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 심의전날까지 심의안건을 다듬고 자료를 보완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답니다.
이런 절차를 걸쳐 기록물을 ‘공개’하기로 최종 결정되면,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에 공개 정보를 반영하고, 이때부터 국민이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든 절차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라 대통령기록물이 이관 후 5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1년 내에 시행완료 해야 하며, 이후는 매 2년마다 공개 여부를 다시 재분류하게 됩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www.pa.go.kr)의 정보마당 → 비공개기록물 재분류 목록에서 공개된 기록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공개 대통령기록물 1,209,629건 중 공개 505,233건, 부분공개 419,177건으로 재분류했습니다. 대부분 제16대 노무현대통령 임기 시절의 기록물로 전자․비전자 문서, 음성, 사진, 영상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대통령기록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의 공개를 결정하는 업무인 만큼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과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교‧국방 분야에서 비공개로 관리하는 정보, 역사적인 사건들, 정보 공개 관련 법 등 행정 전반에 걸친 지식과 법리적인 해석능력이 요구됩니다. 때문에 저희 공개재분류실 내에서도 국내외 이슈와 사례, 판례들을 폭 넓게 조사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자주 갖고 있습니다.
현재 함께 근무하는 직원을 소개하자면, 다 년간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재분류 노하우와 명확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김연아 주무관(사서주사), 비공개 기록물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노기영 주무관(학예연구사)이 함께 근무하고 있으며, 공개재분류 드림팀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 (웃음)
기록물을 일일이 읽고 판단해야하는 업무량에 비하면 적은 인력구성이지만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각자의 역량을 200% 이상 발휘하여 최선을 다해 정부 3.0 정책기조에 부응하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분류 기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면서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사회적으로 큰 영향이나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확성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빠르게 하지만 정확하게’라는 쉽지 않은 미션을 부여받고 있으니 만큼 업무 중압감이 많은 편입니다. 그럴 때는 주변에서 많은 배려와 관심을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재분류는 2007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행된 업무입니다. 아직 업무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사례와 기준들이 수립되어야 할 업무 이기도 합니다. 간혹 공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사안 한 건 한 건 에 대한 비판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언하고 응원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공개재분류”를 통해 기록물의 내용이 관리되는 방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록물을 공개하는 절차가 이렇게 길고 까다로운 줄 몰랐는데요, 앞으로도 비공개로 잠자고 있는 기록물을 깨우는 길목에서 애써주셔서 저희가 더 많은 기록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성심껏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