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온기 ::: 대통령기록관 NEWSLETTER

2016년 12월제8호

인터뷰 - 역대 대통령관련 해외기록물 조사·수집을 마치고 - 대통령기록관 정은주 주무관

정은주 주무관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무관님께서 지난 10월 16일부터 10월 25까지 담당하신 역대 대통령관련 해외기록물 조사·수집사업에 대해 여러 독자님들께도 소개를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이번에 다녀오신 역대 대통령관련 해외기록물 조사·수집에 사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대통령기록’을 간략하게 정의하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내용과 국가 주요 정책 추진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의 기본 소임이자 존재의 목적은 이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안전하게 보존하여 후대에 전승하는 것이구요.
지난 2007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부터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기록은 체계적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 안전하게 보존·서비스하고 있지만 법령 제정 이전 생산된 관련 기록은 국내외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심하게는 유실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구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대통령기록관에서는 흩어져 있는 역대 대통령의 공적·사적 활동과 재임 당시의 주요 정책·사건 관련 기록들의 소재를 파악하고자 국내외적으로 조사하고 수집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기록물은 주로 역대 대통령에 대하여 외국 정부나 언론사, 단체 등이 생산했거나 보존 중인 기록물로 이는 관련 법령 제정 이전의 대통령기록 결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동시에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인사, 정책, 사건에 대한 외국의 시각과 대한(對韓) 정책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해외 수집팀에서는 우리나라와 긴밀하게 경제·외교 관계를 맺어온 미주·유럽·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들을 지속적으로 발굴·수집하였고 이번 년도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현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확인하신 기록물은 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우리와 수교를 맺은 영국과 프랑스 소재의 역대 대통령 및 주요 정책 관련 기록을 조사하고 수집하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부터 크고 작은 분야에서 우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는데요.
1970년대까지는 해당국의 대사나 우리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 관련 부처 장관 또는 국무총리가 방문하여 경제·문화·국방 등의 분야에서 협력 사업들을 추진하였고, 198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대통령 유럽 순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1990년 초반이 되어서야 해당국의 대통령 또는 수상이 한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번 조사는 1970년~1980년대 재임했던 역대 대통령 관련 사료들을 중심으로 영국의 국립기록보존소(TNA)와 처칠 아카이브 센터, 프랑스의 외무부 기록관(Archives du Ministère des Affaires étrangères)과 국립기록원(Archives nationales) 등을 중심으로 수행되었습니다.
주요하게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처음으로 유럽을 순방하면서(1986년) 열린 정상회담 관련 기록과 한국 주재 영국·프랑스 대사들이 본국으로 송부했던 정치·경제·주요 사건 관련 보고서, 원자력·국방·문화 사업과 관련하여 관계 부처에서 생산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전쟁과 관련된 자료 또한 일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기록관리와 관련해서 특히 인상깊었던 점이 있으신가요?
우리의 기록 관리가 1999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반면, 영국은 1830년대에 공공기록보존소(Public Record Office)가 설립되면서, 프랑스는 이보다 반세기 앞선 1780년대에 프랑스 혁명을 거치고 국가기록보존 기관을 설립하게 되면서 그 체계가 갖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기록 관리는 국가차원에서 기록 관리 제도로 확립한 최초 사례로 현대 기록관리 모태가 된 만큼 기록 관리 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매우 중요하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프랑스 현지 조사 과정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외형적으로 드러난 기록관리 시스템이나 체계보다는 기록과 마주하는 그들의 ‘에티튜드(attitude)’ 였습니다. 기록 관리 담당자(정식 명칭은 ‘conservateur du patrimoine’로 ‘문화유산 보존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음)와 이용자들은 ‘기록’을 단편적이고 물리적인 기록‘물(物)’이 아닌 그들의 소중한 ‘문화유산’ 자체로 대하고 있었고 이용자들은 그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까이에서 읽고, 만지고, 연구하고, 느끼는데 어려움이나 주저함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방문했던 프랑스 기록 관리 기관들의 넓은 열람실(최소 100석 이상)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그들의 오래된 원본 기록들을 자유롭게 열람하고 있었고, 이들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기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담당 직원들이 각 곳에 배치되어 열람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각 기관들이 소장한 기록의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토론 수업을 다양하게 진행하는 등 기록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기록과 이용자 간의 심리적 거리가 그들이 앉아있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가까워 보였습니다.
이렇게 기록과 이용자가 친근한 모습은 아마도, ‘시민의 자기권리 존중 사상’을 기본 이념으로 2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시민과 공공 기관이 공동으로 함께 끊임없이 요구하고 스스로 개선하면서 지금의 공공 기록관리 체계를 갖추게 되었을 것이며, 이것을 배경으로 그들만의 자연스러운 기록 문화가 단기간 방문했던 저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습니다.
대통령들의 기록을 모아 국민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록물의 조사 수집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독자분들이나 학생들께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외에 소재한 대통령 관련 기록물 수집 업무는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나아갈 길이 멀지만 귀중한 기록유산의 훼손과 멸실을 방지하고 역사적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화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공공 영역 중심에서, 잠재된 민간 영역까지 수집 대상을 확대하고 보다 체계적인 수집 전략을 수립하여 국내에 소개되지 못한 기록들을 발굴하고 이용자들께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성심껏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