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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제22호

‘대통령기록 詩 書 畵’ 전시 기록물 소개

  • 송하고사도

(작품내용) 廬山東南五老峰, 青天削出金芙蓉. 九江秀色可攬結, 吾將此地巢雲松.
辛巳仲春於翠雲亭詩會日 諸賢畢集 席末 松齋居士 徐載弼
(작품번역) 여산 동남쪽 오로봉은 푸른 하늘에 깎아 세워놓은 연꽃 같네. 구강의 뛰어난 경치가 가히 손에 잡힐 듯, 나는 이곳에서 구름 속 소나무에 깃들리라.
신사년 중춘에 취운정 시회 날 여러 현인들이 다 모였는데 말석에 앉은 송재거사 서재필이 쓰다.
(작품설명)이 작품은 1881년 당시 17세의 청년 서재필이 여러 어른들과 함께 취운정이라는 정자에서 벌어진 시회에 참가하여 쓴 글씨이다. 시회란 당시에 문인들이 날씨가 좋은 날, 경치가 좋은 곳에 모여 자연을 감상하며 시를 짓던 활동이다. 이 작품은 서재필이 직접 지은 시가 아니고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李白)이 지은 <여산 오로봉에 올라>라는 시를 쓴 것이다.
서재필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양 어머니의 동생 서울 김성근의 집에서 한학을 수학하였는데, 이때 개화파 핵심인물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김성근의 일가 중에 김옥균이 있었고, 그를 통해 박영효를 알게 되었다. 또 서재필의 5촌 당숙 서광범은 초기 개화파의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서재필은 김성근의 집에 기거하면서 초기 개화파의 핵심인물들과 알게 되어 그들의 개화사상에 큰 영향을 받았다.
작품 말미에 ‘취운정 시회날 여러 현인들이 다 모였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언급한 ‘여러 현인들’이 이들 개화파와의 모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송재(松齋)는 서재필의 호이다.
서재필은 1882년 3월 별시(別試) 문과에 급제할 정도로 우수한 한학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서재필의 서예작품이 남아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비록 복사본이긴 하지만 서재필의 서예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글씨의 품격이 전통적인 서예 양식과 추사(秋史)의 서풍이 결합되어 나름대로 예술미를 보이고 있으며, 청년 서재필의 서권기(書卷氣)와 문자향(文字香)을 가늠할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이다.
(기증정보) 윤보선 대통령의 장남 윤상구 회장이 2013년 경 대통령기록관으로 위탁한 기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