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꾸빙린(顧秉林) 총장님과 교수 여러분,
쩌우지(周濟) 교육부장을 비롯한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어올 때 따뜻한 박수로 환영해주신 데 대해 감사말씀 드립니다. 들어오면서 보니까 캠퍼스가 아주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품위가 있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명문, '칭화따쉐'(淸華大學)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칭화대 학생들은 사귈만하다""는 이런 유행어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요. 그리고 사실이라면 이 말은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통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여러분과 사귀고 싶어서 이곳에 왔습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날 세계가 놀라고 있는 중국의 발전에는 칭화대 동문들의 땀과 열정이 배어있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께서 여러분의 자랑스런 선배라는 점도 칭화대인들의 자부심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연마하고, 덕을 앞세워 발전을 이룬다""(自强不息 厚德載物)는 '칭화정신'은 모든 배움의 근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세로 매진해 나간다면, 칭화대는 '세계 일류대학' 건설이라는 큰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이 시간,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도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저는 중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위대한 문화유산과 눈부신 경제발전, 그리고 근면하고 역동적인 국민들의 모습, 이 모든 것이 참으로 놀랍고 감명 깊습니다. 그 감동을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울러, 국민들의 일치된 노력으로 '사스'(SARS)의 재난을 극복해내신 데 대해서도 위로와 찬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국은 지금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 사회 전반의 새로운 도약과 번영을 가져올 아주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한국 국민들도 이 행사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할 생각입니다.
저는 덩샤오핑(鄧小平) 지도자,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과 주롱지(朱鎔基) 전 총리, 그리고 후진타오 주석의 탁월한 통찰력과 지도력에 대해서도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주도해온 개혁과 개방이 선진 중국을 건설해나가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은 지난 20여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중국이 활력있는 경제와 역동성을 바탕으로 더욱 풍요로운 사회, 그리고 모두가 바라고 있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국은 다음달에 수교 11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번에 저와 후진타오 주석은 우리 양국이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나아갈 것을 합의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해마다 가장 많이 찾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지난해에는 양국에서 모두 230만명의 국민들이 서로를 방문했습니다. 10년 전보다 열일곱 배가 늘어난 숫자입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지금 3만 6천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한국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여기 칭화대학에도 자랑스런 '칭화 동문'이 되기 위해서 500명이 넘는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두 나라는 서로에게 세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입니다. 지난해의 교역규모는 4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기업들에게 중국은 최대의 투자파트너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신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활발합니다. 다음주에는 칭화대학과 한국 전자부품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한, 중 전자부품 산업기술 협력센터'가 문을 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러한 미래 첨단분야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더 가속될 것입니다. 아주 놀라운 발전입니다.
그러나 또한 돌이켜보면, 한, 중 관계가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 두 나라는 5천년에 이르는 교류와 우호친선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두 나라 국민들은 서로를 가깝게 느끼며 서로의 삶과 문화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한풍'(漢風)과 '한류'(韓流)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우려는 열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어디를 가나 중국상품이 넘쳐나기도 합니다. 서울의 지하철에서는 중국어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나 공리(鞏?), 리밍(黎明) 등 우리 젊은이들이 다 좋아하는 스타들입니다. 중국에서도 '한류'가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의 가요나 영화, 드라마를 즐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김치도 인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치는 참 좋은 식품입니다. 그런데 김치만 좋은 식품이 아니고 김치 냉장고도 한국제가 참 좋습니다. 박수를 쳐주시니까 한 마디 더 하겠습니다. 김치냉장고에는 김치만 넣는 것이 아니고, 맥주를 넣어 두었다가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한, 중 우호협력의 토양은 이처럼 두텁고 그리고 비옥합니다. 문제는 이 비옥한 땅에 우리가 어떤 씨앗을 뿌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씨앗이냐에 따라서 20년, 30년 이후의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씨앗이 하나를 간직해왔습니다. 그것은 21세기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희망입니다.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비전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날의 동북아시아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해 왔습니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충돌, 동서양의 갈등, 동서진영의 이념적 대립으로 오랜 세월동안 불신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많은 고통을 받았고, 아직도 과거를 잊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경계심은 이 지역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물지 못한 상처처럼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역사는 다시 써야 합니다. 다시는 침략과 지배로 고통받았던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대립과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고,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끼리 경계하고 불신하는 동안에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우리는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국만의 이익, 소아(小我)의 울타리를 넘어서, 대동(大同)의 새 역사를 일궈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화해와 협력의 씨앗,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반세기 전에 공동의 미래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 결과 오늘의 유럽연합(EU)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동의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경계도, 마음의 장벽도 이미 거의 다 허물어냈습니다.
저는 우리 동북아시아에서도 이러한 평화와 번영의 미래가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이였습니다. 국민들은 만나면 처벌을 감수해야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불과 십 수년만에 오늘처럼 한, 중 관계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관계로 이렇게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오늘을 만들어 왔듯이, 우리가 지금 생각하지도 못했던 미래를 얼마든지 우리는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서 한국과 중국에서는 모두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양국의 국민들이 저와 후진타오 주석처럼 젊은 지도자를 선택한 것은 저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의 요구도, 시대의 요구도, 이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조류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중요한 흐름의 하나가 바로 '동북아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 보다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공동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향해서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GDP의 20%를 생산하고 있고, 10년이나 15년 후에는 30%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이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찬란한 문화적 전통과 무한한 잠재력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공동의 비전, 바로 '평화와 번영'의 새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게된다면, 동북아의 역사는 그야말로 달라질 것입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일 안에 유럽, 북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그야말로 세계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그 동북아시대의 생산과 투자, 금융과 물류, 정보와 기술이 모여들고 퍼져 나가는 '번영의 허브'(Hub)가 되고자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입니다. 베이징의 학생들은 기차를 타고 평양과 서울, 부산을 거쳐서 도쿄까지 수학여행을 가는 시대, 평화롭고 풍요로운 '동북아시대'의 한 모습을 우리 모두 함께 꿈꾸어야 합니다.
경제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 중 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나라들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함께 해왔습니다. 유교적 전통에서 비롯된 인간중시의 사상이라든지, 그리고 상생과 화합, '대동'의 세계관은 동북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미래지향적인 개방성'과 '협력지향적인 참여'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고, 협력을 위해서 참여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면, 대립과 갈등의 역사는 종식되고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선 대화와 교류를 꾸준히 늘려나가고, 구체적인 협력사업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신뢰를 쌓고 공동의 이익을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IT, 에너지, 자원, 환경분야에서의 지역 협력과 한반도에서 중국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 건설 같은 사업들이 그 좋은 시범사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년 '아세안(ASEAN)과 한, 중, 일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 중, 일 3국 정상회담도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논의하는 유익한 대화의 장이 될 것입니다.
당면한 최대의 관건은 역시 한반도의 평화정착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평화와 번영의 대열에 합류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개방을 통해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국제사회에 건설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한, 중 양국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있어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어떤 구성원도 주변국의 안보나 동북아의 안정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생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어느 누구도 북한의 핵이 북한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평화와 번영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와 개방의 길로 나올 때, 국제사회는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 점에 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북한도 동참하는 가운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나머지는 저에 관해 얘기가 좀 있습니다만 시간이 좀 늦은 것 같아서 줄이고 원고에 없는 말씀 한 마디만 더 보태겠습니다. 1988년 우리 한국은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라는 구호를 내걸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그 4년 뒤에 우리는 중국과 수교됐고, 그리고 지금까지 그야말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이처럼 두터운 친선 우호관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작년 2002년 우리 한국은 월드컵을 치르면서 모두들 “꿈은 이뤄진다”하고 뛰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4강이 됐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고, 2010년 세계박람회를 치릅니다. 우리가 그랬듯이 중국도 그 때 확실하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신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그렇게 키워가야 할 여러분들의 꿈 위에 제 꿈 하나를 더 보태고 싶은 것입니다. 바로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미래를 위해서 뜻과 지혜를 모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함께 열자는 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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